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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청담동 엘지빌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집합 주택 상품 디자인, 유닛 디자인(Unit Design) 등 다양한 주거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3년부터 아이플래닝을 설립해 국내 최초 '유닛 상품개발'이라는 분야를 선보였고,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제주 곶자왈 아이파크, 상동 비잔티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제한적이고 엄격한 집합 주택을 변화시키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양평 호텔 ⓒ 최충욱

Q. 아이플래닝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아이플래닝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주거 공간, 유닛 디자인 외길을 걷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유닛 상품개발부터 단지 내에 들어가는 부대 복리시설 디자인까지 주거 공간 안에 들어가는 모든 작업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주거 공간, 집합 주택 안에 커뮤니티 시설이 굉장히 잘 들어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카페, 피트니스, 주민센터 등 다양한 공간을 함께 작업한다고 볼 수 있지만, 큰 카테고리 안에서 주거 공간에만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Q. 유닛 디자인 등 주거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A. 처음 일을 시작한 3~4년 동안은 패션 브랜드, 백화점, 상업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업 공간의 성격과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결이 다르다고 느꼈다. 내가 작업한 디자인과 결과물이 사람들 곁에 머물며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특히 패션 분야의 경우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거 디자인으로 마음이 계속 기울었던 것 같다. 정성스레 디자인을 완성했는데 짧으면 6개월 혹은 1년, 너무 빠르게 사라지는 프로젝트들이 안타까웠다.


  비잔티움 상동 부부 욕실 스케치


  비잔티움 상동 ⓒ 정태호

Q. 유닛 디자인에 접근하는 김영진 대표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A. 문제 해결과 시간을 견디는 디자인, 두 개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닛 개발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 작업과 비교했을 때 제한적 요소가 많은 작업이다. 사업의 이익을 위해 용적률을 맞추고 단지 구성과 세대 수, 평형대 등이 정해진다. 그렇게 유닛의 사이즈가 결정되면, 이 정해진 사이즈 안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아파트의 경우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칙들이 있고,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유닛 사이즈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문제의 디자인을 완벽한 컨디션을 갖춘 유닛 사이즈로 정리하기 위한 평면 개발을 시작한다. 평면 개발을 할 때는 1mm만으로도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 노력한다.

이 작업을 마친 후에야 공간 디자인 콘셉트를 고민한다.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작업이기에 언제나 어려움을 느낀다. "100개의 집을 팔려면 최소한 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보고 가야한다. 그 중 8천 명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100개의 집을 팔 수 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역적 특색과 환경을 공부하고,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는, 5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좋은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같다.


  광주 테라스56 ⓒ 송기면


  광주 테라스56 ⓒ 송기면

Q. 곧 새로운 프로젝트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내부 디자인은 물론 외관, 브랜딩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진행한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다. 이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A. 대구 경산에 147세대로 구성된 테라스형 타운하우스가 곧 오픈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처음에는 아이플래닝이 가장 자신 있는 유닛 디자인을 작업한 프로젝트였다. 외관 디자인에 관해 클라이언트와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럼 직접 진행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영역이 전혀 다른 부분이고, 유닛 디자인만큼 완벽하게 잘 해낼 자신이 없기에 당연히 거절했다. 하지만 4개월의 연구 끝에 내가 작업한 유닛 디자인과 어울리는 외관 디자인의 방향이 잡히고 이에 대한 확신이 들자 클라이언트의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 이러한 인연이 이어져 프로젝트에 관한 스토리텔링 및 네이밍 작업까지 함께 하게 됐다.

Q.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주거 공간이 예전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집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영진 대표가 갖고 있는 주거 환경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A. 세계적인 펜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과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주거 환경의 변화가 새롭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바깥과 연결된 테라스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테라스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요시된 공간이고 몇 차례 이야기가 거론됐다.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기보다 예전의 것들이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부각되고 있다 생각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쉬고, 여기에 플러스로 취미 활동 혹은 업무적인 영역이 포함 됐을 뿐이다. 현재 주거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기본적인 행위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고 품격 있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 원래 있던 것에 작은 디테일을 더해 변화를 주는 것, 이게 주거 공간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제주 곶자왈 아이파크 ⓒ 김재윤


  제주 곶자왈 아이파크 ⓒ 김재윤


  제주 곶자왈 아이파크 ⓒ 김재윤

Q. 2003년 아이플래닝을 시작해 벌써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 운이 좋게도 디자인의 힘을 아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 좋은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그런 클라이언트를 만나 나의 디자인을 100%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주거 공간은 인간의 삶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고, 행동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으로 최상의 공간을 만들고,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사람들 곁에 남아 있을 집을 만들고 싶다.


  제주 산방산 어반아르떼 ⓒ 여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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